심사숙고의 함정 (2가지 이야기)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하기에 앞서 많은 생각을 거치게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가, 계속되는 선택의 순간에서 충분히 깊게 생각한 후 최선의 방식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함정이 숨어있다. 이번 시간에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여 잃을 수 있는 것들, 지나치게 심사숙고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심사숙고의 함정

장 방 드 밸드의 이야기

심사숙고의 함정에 대해 이해가 쉽도록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199년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에서 장 방드 밸드는 완벽한 골프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는 3타 차 선두로 마지막 홀에 이르렀고 이제 편안하게 6타를 치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에게 그건 쉬운 일이었고 이제 세계 챔피언 리그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고 침착하게 게임을 한다면 충분했다. 그가 티에서 1구를 치려고 나섰을 때 그의 이마에는 땀이 고이고 있었고 갑자기 초보자처럼 공을 치기 시작했다. 공은 거의 홀에서 60미터나 떨어진 풀 숲으로 떨어졌으며 그 때부터 방 드 밸드는 점점 초조해져 갔다. 그 다음에 친 타구들 역시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는 공을 물속에 빠뜨렸으며 그 다음에는 또다시 풀밭으로 떨어지게 했다. 심지어 모래 속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의 몸 동작이 갑자기 초보 골프선수처럼 변한 것이다. 결국 그는 공을 간신히 홀 주변으로 보냈으며 총 일곱 번 시도 끝에 공을 홀에 넣게 되었다. 방 드 밸드는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그의 골프 경력 역시 잠정적으로 끝나 버리게 되었다

영리한 지네

영리한 지네가 한 마리 있었다. 지네는 탁자 모서리에 달라붙어서 사탕가루가 놓여 있는 건너편의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영리한 지네는 탁자의 횐쪽 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오른쪽 다리를 타고 내려갈까 생각을 해 보고, 또 건너편의 탁자에 다다르면 그 탁자의 오른쪽 다리를 타고 올라갈지 아니면 왼쪽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갈지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런 다음 지네는 자신의 어떤 다리를 쓰기 시작해야 가장 이상적일지, 어떤 순서로 다리들을 움직여야 할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지네는 자신이 배운 산수를 총동원하여 모든 가능성들에 대해 철저히 계산을 한 후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느라 애썼다. 마침내 지네가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생각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된 지네는 결국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굶어 죽고 말았다

직관과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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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조나 레러는 그가 쓴 탁월한 결정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지나치게 심사숙고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에 미국의 소비자 잡지인 ‘소비자 보고’에서는 음식 전문가를 초대하여 45가지의 딸기잼을 맛보게 하고 순위를 매겼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심리학 교수인 티모시 윌슨이 자기 학생들에게 그 실험을 되풀이 해보았는데, 결과는 거의 똑같게 나왔다. 즉 학생들은 전문가들이 선호했던 것과 똑같은 잼들을 선호했으며, 최악으로 꼽은 딸기 잼도 동일했다. 맛과 관련된 판단에 있어서는 전문가와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윌슨 교수는 그 실험을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과도 되풀이해 보았는데, 그들은 첫 번째 그룹과는 달리 그들이 판단을 내린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잼들의 순위표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가장 좋다고 평가 받은 잼들이 부분적으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들은 머리로 생각을 하느라 본능적인 판단이 왜곡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직관의 지혜를 차단하게 된다. 좀 심오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상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유리처럼 투명하고 합리적인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직관들도 역시 두뇌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직관이란 단순히 합리적인 생각들과는 종류가 다른 정보 작업일 뿐이다. 물론 더 근원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더 조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더 낫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생길 것이다. 사람은 언제 깊이 생각을 해야 할까? 조금 두루뭉술할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숙달된 능력, 특히 운동처럼 몸으로 하는 능력과 관련될 때나 이미 우리가 천 번은 대답했을 물음과 관련될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깊이 생각하면 직관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 석기 시대에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 일에 닥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똑같이 그랬다. 즉 먹을거리 따위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때, 동료들을 선택할 때 또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등이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합리적인 생각보다 훨씬 더 나은 휴리스틱, 즉 깊게 생각하지 않고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작동 시켰다. 반면에 진화를 거치면서도 우리가 대비하지 못한 복잡한 상황들에서는 분별력 있게 깊이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는 직관보다는 논리가 더 낫다’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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